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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의 민낯, 15년 동안의 투쟁기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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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0회 작성일 26-05-16 14:01

본문

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 l 이종수 지음, 바틀비, 2만원


문화책과 생각
아파트 공화국의 민낯, 15년 동안의 투쟁기 [.txt]



‘어떻게 이런 짓을?’ ‘이게 가능한 일이야?’

‘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바틀비)을 읽는 내내 제 마음속에서는 이런 말이 쏟아졌습니다. 평범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라는 꿈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시공사, 지방자치단체와 국세청, 변호사, 파산관재인과 변호사들이 벌인 추악하고 무책임한 행태들을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일산 덕이동 파밀리에 아파트 계약자들은 허위 정보와 과대광고를 철석같이 믿고 계약을 했다가 15년 동안이나 법정 다툼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이들이 끝내 잔금을 지불하지 않고 아파트 소유권 등기를 확보했다는 책의 말미 부분을 읽고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 책을 쓴 이종수씨는 책 제목처럼 5475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입주자협의회장으로서 소송을 진두지휘한 인물입니다. 2008년 고양시 백석동 모델하우스의 북적북적한 풍경은 그야말로 서민들의 부푼 마음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델하우스에서 들었던 ‘덕이 아이시(IC) 개통 확정’과 ‘영어마을 특화 단지’ 등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불법 계약 사실을 알게 된 뒤 계약자들은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1기 운영진이 시행사·시공사에 매수당해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합의를 시도했고, 이씨는 ‘전체 계약자 총회에서 투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진 합의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오프라인 모임을 주도합니다. 첫 오프라인 모임엔 단 세명만 참여했는데, 꾸준히 설명회를 하고 카페 활동을 하니 1년 만에 5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그의 치열하고 끈질긴 노력은 계약자들의 연대를 가능하게 했고, 함께 모인 사람들은 그 지난한 시간 동안 서로를 붙들었습니다. 이씨는 “돈 몇 푼이 아니라 시민의 정당한 권리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고 말하는데, 그런 신념이 아니었다면 이 투쟁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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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 후시공하는 아파트 분양 시장의 구조적 문제부터 분쟁 발생 시 어떻게 피해자끼리 연대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까지 두루 담고 있는 이 책은 분양 사기 피해자들의 투쟁기이면서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의 허술한 민낯을 드러내는 고발문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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