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캐낸 텅스텐, 미국이 ‘만세’…광산 넘어갔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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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몬티 인더스트리스 갈무리
[이코노미 인사이트] 경제의 속살
안보 핵심 광물계 ‘푸른 보석’ 텅스텐
세계 최대 상동광산엔 몰리브덴까지
전략물자 보급, 협상 지렛대 삼을 수도
1980년대 지리 교과서에는 한국은 지하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라고 소개하면서 그나마 중석(텅스텐) 정도가 주요 광물이라고 언급돼 있다. 텅스텐은 한때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 중요한 자원이었다. 요즘 나오는 교과서에는 텅스텐에 대한 언급이 없다.
텅스텐은 녹는점이 3422도에 이르는 금속이다. 어지간한 고열에서는 변형되지 않기 때문에 백열전구 필라멘트나 절삭공구, 드릴 등 강한 물성을 요구하는 제품에 사용된다. 텅스텐이 쓰이는 곳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총알·폭탄 등 방위산업과 로켓 등 우주항공에 텅스텐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텅스텐은 단순한 산업재가 아니라 공급망과 안보를 동시에 흔드는 전략물자가 됐다.
텅스텐 광산은 어떻게 외국 기업에 팔렸나
한국의 주요 텅스텐 매장 지역은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상동광산이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채굴이 시작됐고 해방 이후 국유화를 통해 대한중석이 설립됐다. 상동광산은 산업화 초기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운 전략 거점이었다. 포항제철을 세우며 한국 산업계의 역사가 된 박태준 회장의 전직은 대한중석 사장이다. 한국전쟁 시기 미국은 안정적인 텅스텐 확보를 위해 한국산 텅스텐 전량을 고정가격에 매입하기도 했다. 워낙 텅스텐을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가 많다보니 ‘중석불’이란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상동광산이 있는 영월군 상동읍은 서울 명동만큼이나 번화한 지역이었다.
한국 텅스텐 산업은 무너졌다. 자원이 고갈된 것이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잃었다. 텅스텐 채굴과 제련은 환경 부담이 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한국 텅스텐 산업을 붕괴시킨 것은 중국이었다. 1980년대 후반 중국이 저가 텅스텐을 국제시장에 풀기 시작하면서 한국 텅스텐의 입지는 좁아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에는 내수시장에도 값싼 중국산이 밀려 들어왔다. 한국 텅스텐 산업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1992년 상동광산 채굴이 중단됐고, 1994년 문민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민영화 1호 기업으로 거평그룹에 매각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풍랑 속에 거평그룹이 무너지자 상동광산도 주인을 잃었다.
텅스텐이 사라진 상동읍은 쇠락했다. 산업이 빠져나간 자리는 한때 번화했던 기업과 고령화만 남았다. 2006년 캐나다 울프마이닝이 광업권을 인수해 재개발을 시도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전세계가 중국산 저가 텅스텐에 익숙했고, 공급망 안전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선됐다. 2015년 상동광산은 캐나다 기업 알몬티의 손에 들어갔다. 알몬티가 인수할 때만 해도 상업성 없는 광산을 인수한 이상한 외국 기업으로 보였다.
광고
텅스텐은 한때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 중요한 자원이었으나 중국의 저가공세로 경쟁력을 잃었다. 1961년 상동광산 제련공장 준공식. 연합뉴스
텅스텐은 한때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 중요한 자원이었으나 중국의 저가공세로 경쟁력을 잃었다. 1961년 상동광산 제련공장 준공식.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빚으면서 서로의 약점을 공격했다. 미국은 중국에 관세를 매기며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다. 두 나라 모두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은 엄격하게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돈만 있으면 제품을 살 수 있던 자유무역의 시대는 끝났다. 특히 미국 국방수권법에 따라 2027년부터 미국 국방부와 계약하는 모든 방산업체는 중국·러시아·이란 등에서 채굴·제련된 텅스텐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무기·우주항공 핵심 안보재
이제 중요한 자원일수록 가격보다 안정적 공급 가능성을 더욱 중시하게 됐다. 동맹국인 한국에서 만들어진 텅스텐의 가치는 매우 높다. 희귀금속은 산업재에서 안보재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텅스텐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미사일과 장갑차, 우주항공 시스템과 정밀가공 산업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단절해야 할 대표 광물이다. 상동광산이 다시 움직인 것은 재개발이 아니라 지정학 변화의 결과다.
알몬티는 2025년 7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하면서 무려 9천만달러(약 1300억원)의 공모 자금을 확보했다. 시장의 관심은 강했다. 0.5달러에 불과하던 알몬티의 주가는 20달러에 육박하며 4천% 상승했다. 텅스텐 가격은 중국이 텅스텐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1년 만에 551%나 올랐다. 과거 채산성이 없어 폐쇄됐던 상동광산의 예상 이익률은 80%가 넘는다.
알몬티는 미국 국방부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의 혜택을 받기 위해 회사 본사를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옮겼다. 상동광산은 한국의 지역 광산이 아니라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의 일부로 편입됐다. 한국 땅에 묻힌 광물이지만 한국에서 통제할 수 없는 광물이 된 것이다.
상동광산엔 몰리브덴 광맥도 존재
텅스텐뿐만이 아니다. 상동광산에는 몰리브덴 광맥도 존재한다. 몰리브덴은 높은 내식성을 가진 금속으로 항공기 터빈, 로켓,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희귀금속이다. 상동광산에서 채굴된 몰리브덴은 세아그룹의 자회사이자 세계 2위의 몰리브덴 제련소를 운영하는 세아엠앤에스(M&S)가 가공한다. 세아그룹은 알몬티로부터 60년간 몰리브덴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합금은 미국 우주항공회사 스페이스엑스(SpaceX)에 공급된다. 몰리브덴도 중국의 수출통제가 강화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상동광산이 다시 살아나고 영월에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면 매우 반가운 일이다. 동맹국인 미국에 꼭 필요한 전략물자를 한국에서 채굴해 공급한다는 것도 전략적으로 긍정적인 일이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세계 최고 품위의 텅스텐 광산을 헐값에 외국 회사에 넘겨버린 것은 당시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미련을 버리자. 그런데 한국 땅에서 캐낸 전략물자가 미국의 방산·우주항공 공급망으로 흘러가는데 정작 한국은 텅스텐과 몰리브덴을 공급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에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텅스텐과 몰리브덴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많다. 방위산업이나 우주항공 등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미국에 납품하더라도 우리는 현재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가 있다. 전략물자 교역은 사업 문제를 넘어 산업안보 문제가 됐는데, 한국은 이를 관리할 제도도 마땅치 않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이미 공급계약을 맺은 상황이라 공급을 정부 차원에서 통제할 수는 없다. 한국에 공급할 방법이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2위의 몰리브덴 제련소를 운영하는 세아엠앤에스(M&S)는 알몬티로부터 60년간 상동광산의 몰리브덴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했다. 세아엠앤에스 공장에서 몰리브덴을 제련하고 있다. 세아엠앤에스 누리집
세계 2위의 몰리브덴 제련소를 운영하는 세아엠앤에스(M&S)는 알몬티로부터 60년간 상동광산의 몰리브덴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했다. 세아엠앤에스 공장에서 몰리브덴을 제련하고 있다. 세아엠앤에스 누리집
경북 울진 쌍전광산도 있다
상동광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동광산 남서쪽에 있는 경북 울진군에는 1980년 폐광된 쌍전광산이 있다. 쌍전광산은 국내 기업 지비이노베이션이 개발사업을 하는데, 캐나다 퓨어텅스텐이 70억원을 투자해 사업 지분을 확보했다. 쌍전광산에서도 2026년부터 텅스텐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동광산은 정부가 고민이라도 하고 있지만 쌍전광산에는 관심조차 없다.
이 광산들이 미국 전략공급망에 묶이더라도 한국이 일정 물량을 우선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순간 한국은 단순한 생산지가 아니라 동맹 공급망의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우리 땅에서 나온 전략물자에 대한 관리는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도 국내에서는 인식조차 없다. 미국에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하다못해 ‘동맹국이라 공급한다’며 생색을 내고 다른 통상 협상을 할 때 유리한 카드로 내밀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이들과 협상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상동광산은 대한중석 시절부터 누적된 중금속 오염 문제가 남아 있다. 토양 정화와 광산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처리도 풀어가야 할 과제다. 한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면 바로 이 지점일 수 있다. 단순히 개발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환경 정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맞물리게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한국, 희귀금속 전략의 주체로 설 것인가
반도체, 배터리, 조선만이 한국 공급망의 전부가 아니다. 전세계를 상대로 겁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꼼짝 못하게 한 것은 중국의 희토류였다. 고려아연이 미국에 제련소를 만들겠다고 하자, 미국 국방부가 직접 투자하고 금융회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주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아연 북미 거점에서는 안티모니, 인듐, 게르마늄 등 전략 광물 11종을 포함해 비철금속 13종을 생산하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 이보다 고마운 손님도 없을 것이다.
외국 회사들이 국내 광산을 매입하고, 국외로 전량 내보내는 계약을 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한국이 한때 텅스텐으로 먹고살았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 텅스텐 때문에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좋은 일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도 다시 희귀금속 전략의 주체로 설 수 있을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코노미 인사이트] 경제의 속살
안보 핵심 광물계 ‘푸른 보석’ 텅스텐
세계 최대 상동광산엔 몰리브덴까지
전략물자 보급, 협상 지렛대 삼을 수도
1980년대 지리 교과서에는 한국은 지하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라고 소개하면서 그나마 중석(텅스텐) 정도가 주요 광물이라고 언급돼 있다. 텅스텐은 한때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 중요한 자원이었다. 요즘 나오는 교과서에는 텅스텐에 대한 언급이 없다.
텅스텐은 녹는점이 3422도에 이르는 금속이다. 어지간한 고열에서는 변형되지 않기 때문에 백열전구 필라멘트나 절삭공구, 드릴 등 강한 물성을 요구하는 제품에 사용된다. 텅스텐이 쓰이는 곳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총알·폭탄 등 방위산업과 로켓 등 우주항공에 텅스텐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텅스텐은 단순한 산업재가 아니라 공급망과 안보를 동시에 흔드는 전략물자가 됐다.
텅스텐 광산은 어떻게 외국 기업에 팔렸나
한국의 주요 텅스텐 매장 지역은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상동광산이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채굴이 시작됐고 해방 이후 국유화를 통해 대한중석이 설립됐다. 상동광산은 산업화 초기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운 전략 거점이었다. 포항제철을 세우며 한국 산업계의 역사가 된 박태준 회장의 전직은 대한중석 사장이다. 한국전쟁 시기 미국은 안정적인 텅스텐 확보를 위해 한국산 텅스텐 전량을 고정가격에 매입하기도 했다. 워낙 텅스텐을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가 많다보니 ‘중석불’이란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상동광산이 있는 영월군 상동읍은 서울 명동만큼이나 번화한 지역이었다.
한국 텅스텐 산업은 무너졌다. 자원이 고갈된 것이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잃었다. 텅스텐 채굴과 제련은 환경 부담이 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한국 텅스텐 산업을 붕괴시킨 것은 중국이었다. 1980년대 후반 중국이 저가 텅스텐을 국제시장에 풀기 시작하면서 한국 텅스텐의 입지는 좁아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에는 내수시장에도 값싼 중국산이 밀려 들어왔다. 한국 텅스텐 산업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1992년 상동광산 채굴이 중단됐고, 1994년 문민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민영화 1호 기업으로 거평그룹에 매각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풍랑 속에 거평그룹이 무너지자 상동광산도 주인을 잃었다.
텅스텐이 사라진 상동읍은 쇠락했다. 산업이 빠져나간 자리는 한때 번화했던 기업과 고령화만 남았다. 2006년 캐나다 울프마이닝이 광업권을 인수해 재개발을 시도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전세계가 중국산 저가 텅스텐에 익숙했고, 공급망 안전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선됐다. 2015년 상동광산은 캐나다 기업 알몬티의 손에 들어갔다. 알몬티가 인수할 때만 해도 상업성 없는 광산을 인수한 이상한 외국 기업으로 보였다.
광고
텅스텐은 한때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 중요한 자원이었으나 중국의 저가공세로 경쟁력을 잃었다. 1961년 상동광산 제련공장 준공식. 연합뉴스
텅스텐은 한때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 중요한 자원이었으나 중국의 저가공세로 경쟁력을 잃었다. 1961년 상동광산 제련공장 준공식.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빚으면서 서로의 약점을 공격했다. 미국은 중국에 관세를 매기며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다. 두 나라 모두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은 엄격하게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돈만 있으면 제품을 살 수 있던 자유무역의 시대는 끝났다. 특히 미국 국방수권법에 따라 2027년부터 미국 국방부와 계약하는 모든 방산업체는 중국·러시아·이란 등에서 채굴·제련된 텅스텐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무기·우주항공 핵심 안보재
이제 중요한 자원일수록 가격보다 안정적 공급 가능성을 더욱 중시하게 됐다. 동맹국인 한국에서 만들어진 텅스텐의 가치는 매우 높다. 희귀금속은 산업재에서 안보재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텅스텐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미사일과 장갑차, 우주항공 시스템과 정밀가공 산업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단절해야 할 대표 광물이다. 상동광산이 다시 움직인 것은 재개발이 아니라 지정학 변화의 결과다.
알몬티는 2025년 7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하면서 무려 9천만달러(약 1300억원)의 공모 자금을 확보했다. 시장의 관심은 강했다. 0.5달러에 불과하던 알몬티의 주가는 20달러에 육박하며 4천% 상승했다. 텅스텐 가격은 중국이 텅스텐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1년 만에 551%나 올랐다. 과거 채산성이 없어 폐쇄됐던 상동광산의 예상 이익률은 80%가 넘는다.
알몬티는 미국 국방부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의 혜택을 받기 위해 회사 본사를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옮겼다. 상동광산은 한국의 지역 광산이 아니라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의 일부로 편입됐다. 한국 땅에 묻힌 광물이지만 한국에서 통제할 수 없는 광물이 된 것이다.
상동광산엔 몰리브덴 광맥도 존재
텅스텐뿐만이 아니다. 상동광산에는 몰리브덴 광맥도 존재한다. 몰리브덴은 높은 내식성을 가진 금속으로 항공기 터빈, 로켓,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희귀금속이다. 상동광산에서 채굴된 몰리브덴은 세아그룹의 자회사이자 세계 2위의 몰리브덴 제련소를 운영하는 세아엠앤에스(M&S)가 가공한다. 세아그룹은 알몬티로부터 60년간 몰리브덴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합금은 미국 우주항공회사 스페이스엑스(SpaceX)에 공급된다. 몰리브덴도 중국의 수출통제가 강화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상동광산이 다시 살아나고 영월에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면 매우 반가운 일이다. 동맹국인 미국에 꼭 필요한 전략물자를 한국에서 채굴해 공급한다는 것도 전략적으로 긍정적인 일이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세계 최고 품위의 텅스텐 광산을 헐값에 외국 회사에 넘겨버린 것은 당시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미련을 버리자. 그런데 한국 땅에서 캐낸 전략물자가 미국의 방산·우주항공 공급망으로 흘러가는데 정작 한국은 텅스텐과 몰리브덴을 공급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에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텅스텐과 몰리브덴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많다. 방위산업이나 우주항공 등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미국에 납품하더라도 우리는 현재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가 있다. 전략물자 교역은 사업 문제를 넘어 산업안보 문제가 됐는데, 한국은 이를 관리할 제도도 마땅치 않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이미 공급계약을 맺은 상황이라 공급을 정부 차원에서 통제할 수는 없다. 한국에 공급할 방법이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2위의 몰리브덴 제련소를 운영하는 세아엠앤에스(M&S)는 알몬티로부터 60년간 상동광산의 몰리브덴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했다. 세아엠앤에스 공장에서 몰리브덴을 제련하고 있다. 세아엠앤에스 누리집
세계 2위의 몰리브덴 제련소를 운영하는 세아엠앤에스(M&S)는 알몬티로부터 60년간 상동광산의 몰리브덴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했다. 세아엠앤에스 공장에서 몰리브덴을 제련하고 있다. 세아엠앤에스 누리집
경북 울진 쌍전광산도 있다
상동광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동광산 남서쪽에 있는 경북 울진군에는 1980년 폐광된 쌍전광산이 있다. 쌍전광산은 국내 기업 지비이노베이션이 개발사업을 하는데, 캐나다 퓨어텅스텐이 70억원을 투자해 사업 지분을 확보했다. 쌍전광산에서도 2026년부터 텅스텐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동광산은 정부가 고민이라도 하고 있지만 쌍전광산에는 관심조차 없다.
이 광산들이 미국 전략공급망에 묶이더라도 한국이 일정 물량을 우선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순간 한국은 단순한 생산지가 아니라 동맹 공급망의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우리 땅에서 나온 전략물자에 대한 관리는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도 국내에서는 인식조차 없다. 미국에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하다못해 ‘동맹국이라 공급한다’며 생색을 내고 다른 통상 협상을 할 때 유리한 카드로 내밀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이들과 협상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상동광산은 대한중석 시절부터 누적된 중금속 오염 문제가 남아 있다. 토양 정화와 광산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처리도 풀어가야 할 과제다. 한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면 바로 이 지점일 수 있다. 단순히 개발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환경 정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맞물리게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한국, 희귀금속 전략의 주체로 설 것인가
반도체, 배터리, 조선만이 한국 공급망의 전부가 아니다. 전세계를 상대로 겁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꼼짝 못하게 한 것은 중국의 희토류였다. 고려아연이 미국에 제련소를 만들겠다고 하자, 미국 국방부가 직접 투자하고 금융회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주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아연 북미 거점에서는 안티모니, 인듐, 게르마늄 등 전략 광물 11종을 포함해 비철금속 13종을 생산하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 이보다 고마운 손님도 없을 것이다.
외국 회사들이 국내 광산을 매입하고, 국외로 전량 내보내는 계약을 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한국이 한때 텅스텐으로 먹고살았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 텅스텐 때문에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좋은 일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도 다시 희귀금속 전략의 주체로 설 수 있을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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